그런데 이 새는 그렇지 않다. 뻣뻣하기가 마치 돌과 같다. 돌과 같다. 분명 전번에 죽은 새와는 다르다. 이게 무얼까? 무슨 일일까?아기야. 난 네가 싫어! 네가 미워! 사라져버려!민정아, 무슨 일이지? 네가 말하렴.나는 남편을 사랑한 것인가?직사각형의 외부에 조금 파먹은 둥근 형태가 나왔다. 반대 쪽에도, 그리고 중앙에도 길다란 타원의 형체가.위를 보니 목이 대롱거리는 거대한 카나리아가 부옇게 큰 눈을 내게로 향하고 이야기 하고 있다.나를 죽이는 것은 하이드라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혹시 나의 의심이 나를 죽게 만든다는 어떤 예지는 아니었을까?다른 여자를 남편이 끌여들였다면 내가 기색을 눈치채지 못한 것도 이상했고, 또 남편이 나를 구해줄 이유도 없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내가 잘못 들은 것인가? 아니. 만약 내가 잘못 들은 것이라면 남편 또한 아무 죄가 없어지는 것 아닌가. 내 눈 앞에 카나리아와 면도칼들이 다시 회오리치며 날아오르는 것을 느끼면서 나는 다시 온 몸에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나는 울 줄 알았으니까. 눈물을 가지고 있으니까. 하이드라가 다시 몸 안에서 발버둥치면서 뭐라 떠들어대는 듯 했으나 나는 다시 소리쳐 의사를 불렀다. 내 명령에 따르라고. 신의 명령에 따라 나에게 사실을 알려주러 오라고.뭔가 대답을 하려고 하는데 잠시 목이 메이는 듯 하여 잘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 그래. 남편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돌아가신 어머님의 목소리가 방에서 들려왔다는 것은 믿을 수 없는 일이다.눈을 감아.그렇지만 그 눈물 너머에 나름대로의 탐색의 눈길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도 나는 잘 안다. 저 인간은 의사이다. 그것도 정신과 의사임이 분명할 것이다. 그러면 아마도 나의 현재 상태를 비정상적이라고 보고 나에게 나타나는 여러가지의 소위 비인간적인 증상들을 그들의 말에 따르면 치료 하여 다시 과거의 끔찍하고 나약했던 나로 되돌려 놓으려고 할 것이다. 가소로운 것. 내가 그 정도를 모를 줄 아는가?그래. 모르기는 몰라도 이곳은 꽤 큰 병원일 것이다. 그리고
몸을 돌릴 시간이 없었다. 문이 열렸다. 그리고 검은 양복을 입고 출근했던 남편이 대문을 열고 막 천천히 들어오고 있었다.위를 보니 목이 대롱거리는 거대한 카나리아가 부옇게 큰 눈을 내게로 향하고 이야기 하고 있다.갑자기 침실의 창문이 드르륵 열리는 소리와 함께 남편의 억눌린 듯한 외침소리가 들려 왔다. 나는 나 자신의 귀를 믿을 수가 없었다.여보!!!너의 의심이 시작된 이상 결코 거기에서는 자유로워질 수 없지. 결코. 결코.모든 것을 믿어야 하는가? 아니면 모든 것을 부정해야 하는가? 더 이상은 견딜 수 없다. 선택. 선택을. 그러나 갑자기 선택을 내릴 수 있는 단서마저도 선택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은 나는 죽이려고 하는 것인가? 아니면 내가 미친 것인가?놀라서 소리치며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놀랍게도 몸은 꼼짝도 하지 않는다. 몸이 왜. 아니. 내 몸은 침대에 꽁꽁 묶여 있다. 아니. 줄로 묶인 것이 아니다. 이불 밑에 있어서 보이지 않지만 줄로 어디 한 곳이 묶인 것이 아니라 몸 전체가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결박되어 있는 것 같다.아아. 아기야. 저게. 저게 과연 내 남편의 말이란 말인가? 그래. 그렇다. 나는. 나는. 해서는 안 되는 말이 세상에는 있는 법이다. 선생님에게는 공부하기 싫다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8. 탈출미안해요.쏴아악하면서 거친 바람이 나의 머리결을 뒤로 휩쓸면서 나는 피가 머리 꼭대기로 쏠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눈 앞에는 어느새 기이한 풍경이 다가오고 있다. 하늘이 둥글게 돌고 있다.하나 더 늘어난 괴물의 머리들이 중얼거린다. 여러 개의 입에서 동시에 울려 나오는 목소리들은 허공 중에서 들려오는 알 수 없는 자의 목소리와 어울려 기괴한 메아리처럼 울려 퍼진다. 주변은 괴물이 토해낸 안개로 새빨갛게 물들어 있다. 마치 석양 빛처럼.아까 내가 실언을 했던 것 같아. 그러나 내 생각엔 당신은 정말나도 모르게 스르르 잠이 온다. 아직 일이 다 끝나지 않았고, 남편의 숨소리도 아직 귓전을 간지럽히고 있지만 오늘은 너무 피곤